최근에 지인분들과 프렌차이즈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주메뉴는 ‘수제버거’다.

맥도날드 더블쿼터파운더치즈버거

우리 팀에는 이미 수제버거 식당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분도 계시고, 자금과 사업운영을 맡을 분드 계신다.

시음회를 통해 수제버거가게를 운영했던 분의 레시피를 확인했고, 당장 출시해도 경쟁력이 있을 것같다고 결론내렸다.

이 분이 업장을 정리한 이유는 ‘맛’이 아니라 ‘운영’과 ‘마케팅’에 있었다. 그렇다면 이 두 부분을 보완할 수 만 있다면 충분히 성공적인 창업과 운영이 가능할 듯 했다.(팀이 만들어진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사업운영을 담당하는 분께서 반복적으로 “우리는 맛으로 승부할거야.” 라는 말을 한다. 새로운 메뉴나 소스를 생각해낸 후에 항상 이런 말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딱히 와닿지 않는다.

식당이 ‘맛’으로 승부하는 것은 전혀 특별하지 않은, 당연한 말이기 때문이다.

대중의 입맛과 눈높이는 높아졌고, 이미 상향평준화가 되었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식당을 찾는 사람보다는, 더 맛있고, 더 이쁘고, 더 자랑할만한 음식을 찾으려는 목적이 더 크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기본에 충실하겠습니다.’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오해할까봐 밝힌다.

‘중요하지 않다’는게 아니다. 너무나 기본이기 때문에 강조하는 것에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기본에 충실’한 것은 식당운영에 가장 중요한 기.본.이다. 그 기본 위에 대중을 끌어들이는 ‘무엇인가’가 추가되어야 한다.

‘기본’.

그것만 가지고는 엄청난 성과를 만들기 어렵다.

대중의 입맛은 이미 상향평준화 되어 있다.


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그 ‘무엇인가’를 ‘어떻게 특화하고 알리느냐’라고 규정지었다.

브랜딩과 마케팅을 뜻한다.

즉, ‘맛’을 ‘기본’으로 깔고, 그 위에 다른 가게에서는 따라할 수 없는, 따라해도 ‘흉내내기’정도 밖에 되지 않는 고유성을 더한 후에 다양한 방법을 알려야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맛으로 승부를 본다”는 것에 반대한다. ‘맛’은 당연히 확보해야할 내용이니까.


간다 마사노리의 ‘전뇌사고’를 참고해서 생각을 전개해보자.

간다 마사노리

1호점 입지로 생각 중인 양양 낙산해수욕장 앞 거리. 어떤 사람들이 많이 찾을까?

수 차례 사전답사를 진행한 결과 이 곳은 가족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속초에서부터 시작해서 양양을 거쳐 강릉에 이르는 동해안 서핑루트의 가운데 있지만, 서핑을 즐길만한 해변은 아니다. 다만, 인근 도시로 교통이 편리하고, 깔끔한 새 숙박시설들이 자리잡고 있다. 대중교통보다는 자차를 이용해서 찾는 경우가 많고, 어린이가 포함된 가족단위 여행객이 다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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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의 메인 고객은 이런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온 아빠 엄마’가 된다. ‘바닷가’라는 지역적 특성을 머릿속에 떠올려보면 가장 많이 자리할 것으로 보이는 식당은 어떤 종류인가? 당연히 ‘횟집’이다. 실제로 이 곳은 해산물과 바다회를 제공하는 횟집이 많다. 그 이외에 지역적 특색을 드러내는 막국수집이나 순두부집 또는육고기류를 판매하는 곳이 몇 곳 있다.

자,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먹일 것인가? 아이들이 만만하게 잘 먹을만한 메뉴는?

아이와 함께 여행온 아빠 엄마가 안심하고 사줄 수 있는 깨끗한 버거.

아이의 건강을 해칠 염려가 없는 버거.

이게 메인일 것이다.

숙소에서 가볍게 맥주 한잔할 때 안주거리가 될만한 가벼운 음식은 서브메뉴가 될 것이고.

이 아빠 엄마가 5년쯤 후에 120% 정도 행복해진 상황을 떠올려보자.

아이와 함께한 가족여행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고, 맛있고 깨끗한 버거를 떠올리면 우리 버거가게가 떠오르는 상황.

아이와 함께한 가족여행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고, 이 여행 덕분에 가족의 유대가 더 끈끈해진다. 아이(들) 역시 아빠 엄마와 함께하는 여행에 대한 거부감이 없으며, 때로는 우리 버거가 과거 여행의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하는 트리거가 된다.

구체적인 인물을 상정하자면, 나 자신을 대입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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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 7살 여아와 함께하는 여행.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모래놀이를 하고 엄마 아빠는? 시원한 그늘막에서 가벼운 안주와 맥주를 한잔 할 것이다. 이때 아이들과 함께 먹을만한 부담없는 안주라면, 감자튀김, 너겟 정도가 아닐까 싶다.

저녁 때는 지역 특색이 있는 식당으로 찾아간다. 보통은 그런 식당들은 아이들이 먹을만한 것이 없다. 주인분께 양해를 구하고 앞접시에 버거를 놓고 먹는다. 아이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커팅도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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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버거를 좋아해서 다음날 아침에 차를 타기 전에 버거를 사 가지고 조른다. 가격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에 흔쾌히 버거를 사서 차에 오른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가끔 그해 여름 여행을 이야기할때, 아빠 엄마는 해변에서 맥주를 마셨었다는 이야기, 해산물 파는 식당에서 버거를 먹은 기억, 다음날에도 아빠를 졸라서 버거를 샀던 기억을 이야기한다. 그런 기억들은 ‘가족여행’을 ‘따뜻했던 추억’으로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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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우리가 ‘버거’가게를 하는 이유는 ‘맛있는 음식’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의 추억을 함께 하기 위해서이다. 과거는 항상 좋은 기억으로 윤색된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그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끔 하는 트리거가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 전개한 생각을 중심으로

사업의 모토를 정하고, 이에 따라 브랜딩과 마케팅을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브랜딩은 인테리어와 복장, 각종 굿즈, 그리고 CI등을 통해 준비해야하고, 마케팅은 온 오프라인으로 나눠서 진행해야 한다.

오프라인은 X배너를 기본으로 메뉴판을 다듬고, 인근 숙박업소와 유대를 형성하고 투숙객 할인 등의 이벤트를 모색한다.

온라인은 인스타, 네이버, 유튜브 순으로 신경을 쓰고, 배민과 네이버의 리뷰에 특히 신경을 쓴다.

첫 고객들은 모두 ‘일회성’으로 찾는 분일 것이다. 이 분들의 입소문이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 한번 더 이야기하고 글을 마무리한다.

맛으로 승부를 보려해서는 안된다. 맛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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