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50인 미만의 기업들에게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 꼭 필요한 법이고, 더 이상 유예를 하면 안된다는 것에도 동의하겠다. 그런데, 너무 복잡하다. 현장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우리 회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대상 사업장이었지만, 혼자 공부해가며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했었다. 고백하자면, ‘서류상으로’ 구축했을 뿐이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는 안도감 보다는, 제대로 하고 싶은데 차일 피일 미루고 있다는 찝찝함이 더 컸다. 그래서 이 참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대해 제.대.로. 준비해보려고 한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신 중소기업 경영자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서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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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대상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며 50인 미만 기업의 경우 2년간 유예기간을 두었다. 2024년은 이때 설정한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원칙상 5인 이상의 상시근로자가 있는 모든 사업장이 적용대상이 된다.

이때 상시근로자에 아르바이트생도 포함된다. 배달라이더의 경우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일하는 경우에만 포함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수 산정방식이나 소상공인법상 종업원 수 산정기준과는 다르다. 또한, 본사와 지사, 본사와 직영매장 등으로 나눠서 운영하는 경우에도 ‘하나의 기업’으로 간주해서 모든 사업장에 근로자 숫자를 합산해서 판단해야 한다.

간단히 적용기준을 정리하자면, ‘5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는 모든 사업자’이다. 깔끔하다.

이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야 되는(처벌을 받을 수 있는)대상이 되는 것과 ‘안전보건조직을 갖추고 안전보건관리자를 선임해야하는’ 대상이 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헷갈리는 개념 정리

중대재해처벌법을 쉽게 정리하면

사업장에서 법으로 정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가 벌금 및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음.

다만, 사업주가 사업장의 안전보건을 위해 노력하고 힘쓴 경우(조직, 인력, 예산 등)에는 처벌 안 함.

이 정도의 내용이다.

여기서, ‘안전보건관리체계’, ‘안전관리전담조직’, ‘안전보건관리자’ 등의 개념이 등장하면서 ‘우리도 다 필요한건가’헷갈리기 시작할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준을 정리하겠다.

‘안전보관관리체계를 구축하고 나머지 조건들은 사업체 규모에 따라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것만’하면 된다.

무엇부터 해야하나?

모든 사업장에서 법령이 규정한 모든 것을 준비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부터 해야하는지 그 순서를 정리해보겠다.

  1. 안전보건 경영방침 및 목표를 수립하고 회사 구성원들에게 공표(발표), 게시할 것.
  2. 안전보건관리담당자를 지정하고, 약간이라도 예산을 들여 재해예방 활동(안전용품 구비 등)을 할 것
  3. 안전 관련 근로자 의견 청취하고 그 내용을 문서로 남김 – 의견 청취내용은 순회점검 결과, 안전보건 관련 제안제도, 아차사고 신고 등.
  4. 비상대응체계 수립 및 훈련.

이 정도면 충분하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뒷부분 ‘적용의 실제’에서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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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어려워할 필요 없다. ‘안전보건관리체계’는 안전보건 관련 경영방침, 목표, 담당하는 조직, 담당자, 예산, 점검내용 등을 모두 담고 있는 ‘시스템’이다. 이 중에 본인의 사업규모에 따라 갖추어야 하는 것들을 갖추고 결과를 출력해서 보관하고 있으면 된다. 하나씩 살펴보겠지만, 영세한 규모의 사업장이라면 안전보건 경영방침 및 목표, 유해 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점검 및 필요 조치, 관련 예산편성 및 집행(영수증 등)만 정리해놓으면 된다. 이때 점검은 반기에 1회(연2회)만 하면 된다.

안전관리전담조직

안전관리전담조직이 필요하다면…부럽다. 그 만큼 회사 규모가 엄청나게 큰 것이다. 아마, 이 조건에 해당되는 사업장의 대표님이라면 이 포스팅을 보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행 법령 기준으로 상시고용인원이 500명을 넘어서거나, 종합건설회사 시공순위 200위 이내의 기업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기준에 부합되는 회사에서만 안전관리전담조직을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기준에 안되는 사업장이라 할지라도, 안전에 관한 투철한 사명감이 있다면 만들어도 된다. 다만, 우리 회사는 그 정도 여력은 없다.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결론부터 말하면, 어지간한 소규모 사업장은 없어도 된다. 다만, 안전보건관리담당자가 있으면 아무래도 안전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쓸 수 있으니 ‘권장’한다. 상시 근로자가 50인 이상이면 법령에 따른 필수 인원을 확인하자.

5명~50명 미만의 상시 근로자를 보유한 회사 중, 제조업, 임업, 하수, 환경, 폐기업 등 5개 업종에 한해 1명을 선임해야한다. 즉, 해당 분야가 아니라면 50인 미만 회사에서는 안전보건관리자를 선임할 의무가 없다. 다만, 안전을 담당하는 인력을 자체적으로 지정하고 역할을 부여하는게 안전보건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니 이 부분 고려해서 선임여부를 결정할 것을 권한다.

안전보건관리자의 자격요건은 산업안전기사 등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별표4 참고. 해당 법령은 ‘안전관리자’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음.

여기서 헷갈리는 개념이 하나 더 있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자’나 ‘관리책임자’나 같아 보이지만, 엄연히 다르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말 그대로 안전 관련 모든 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을 뜻한다. 보통은 대표이사나 공장장, 등기임원이 맡게 된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경우 법적으로는 자격조건이 없고, 관공서에 신고해야할 의무도 없다. 다만, ‘책임자’급이 존재한다면 좀 더 안전에 신경을 쓰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법령에서 정한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선임 기준은 ‘유해 위험이 높은 사업장’의 경우 50인 이상, ‘유해위험이 중간 정도 사업장’에서는 100인 이상, ‘유해 위험이 낮은 사업장’경우 200인 이상의 고용인원일 때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선임하도록 되어있다. 일반적인 중소기업이라면 의무적으로 선임할 필요까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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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따로 받아야 하나?

또 이 법이 적용 확대된 것을 ‘사업의 기회’로 보고 영업 전화 돌리는 인간들이 있다. 제발, 거짓된 정보로 다른 사람에게 겁 줘서 돈 버는 짓은 하지말자. 그거 엄연히 형법상 공갈, 협박, 사기 등에 해당된다.

이 글을 작성하는 2024년 5월 현재까지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교육 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 그 외 별도의 교육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사업주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근로자 교육을 실시하면 되며,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서 추가되는 안전보건교육은 없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교육도 상당부분 면제다. 궁금하면 다음 포스팅을 참고.

사무실로 전화와서 “고용노동부 산하 어쩌구 저쩌구~”, “안전보건공단 산하 어쩌구 저쩌구~”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사업장 교육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그냥 끊어도 된다. 골탕 먹이고 싶으면 “그쪽 목소리가 마음에 드는데, 이 번호로 전화 드리면 다음에도 통화할 수 있을까요? 어디가면 얼굴보고 이야기할 수 있죠?”라고 대응하라. 장난은 그쪽에서 먼저 시작한거다.

적용의 실제

‘일’이라고 접근하지 말고, ‘안전한 근로환경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그리 어렵지도 않다.

안전보건 경영방침 및 목표

‘안전보건 경영방침 및 목표’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엄청나게 많은 예시자료를 찾을 수 있다. 그 중 본인의 사업장과 유사한 업종의 내용을 다운 받은 후 상황에 맞게 수정하면 된다. 수정 후 출력해서 직원들과 함께 읽고, 모든 직원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붙이면 된다.

안전보건관리규정 작성

다음은 안전보건관리규정. 이 역시 인터넷에 검색하면 많이 나온다. 다양한 폼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목적, 조직 구성, 책임과 권한, 유해 위험요인 평가 시기 및 방법에 관한 내용, 종사자 의견 청취 절차에 관한 내용, 해당 년도 위험성 예방을 위한 예산 편성과 집행 관련 내용이 담겨 있으면 된다.

중대산업재해 발생시 조치 매뉴얼 마련

다음으로 중대산업재해 발생시 조치 매뉴얼 마련. 이 부분 역시 검색을 기반으로 각자 회사의 상황에 맞게 매뉴얼을 만들자. ‘중대산업재해’라는것이 ‘사망자’나 ‘다수의 중상자’가 발생하는 상황인 만큼 이 부분에 있어서는 현실성 있는 매뉴얼을 작성하는 것을 권한다.

종사자 의견 청취 실제

다음은 종사자 의견 청취에 대한 실제 내용. 이 부분은 간단하게 양식을 만들어서, 실제로 근무하는 직원들과 티타임 가지면서 이야기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사업주가 인지하지 못하는 위험요소들이 나오는 경우도있으니 주의깊게 듣고, 들은 내용과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내용을 정리해서 문서화하면 된다.

점검일지 작성

마지막으로 안전보건 관련 점검일지. 점검은 반기 1회 이상 실시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만큼, 최소한 6개월에 한번씩은 사업장을 둘러보고 위험요소를 찾아내서 개선하고 그에 대한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권한다.

이 정도 활동을 실제로 하고, 해당 내용을 문서화해서 보관하고 있으면, 사업주 입장에서는 안전을 위한 노력을 충분히 했다고 보여진다. 이 활동들을 한꺼번에 다 하려고 하지말고, 시간 여유를 가지고 하루에 하나씩 완성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꿀팁 하나 더

직원들과 한 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운 근무환경이거나, 소속 근로자 숫자가 50명 미만 기업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서 실시하는 산업안전 대진단 자가진단 이라도 받아 놓는 것이 좋다. 인터넷으로 몇 번 클릭하는 것만으로 ‘위험 및 대응’에 관한 자가평가가 가능하며, 이 결과를 토대로 사업주가 개선을 위해 노력하면 된다. 자가평가 사이트 주소는 아래와 같다.

https://www.kosha.or.kr/survey/main/survey.do

또 하나 더. 혹시나 외부용역을 수행하는 소규모 사업장이라면, 용역 착수시에 ‘위험성평가’라는 것을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때 실시하는 위험성 평가 역시 ‘사업주의 위험요인 파악, 개선에 대한 점검’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니 별도 시간내서 따로 점검을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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