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고용노동청에서 우편을 하나 받았다. 경영을 맡고 있는 회사의 상시근로인원이 30명을 초과했는데, 노사협의회 규정에 대한 신고가 되어 있지 않으니 조속히 신고하라는 내용이었다. 회사는 현재 4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고, 직원들과 사측의 관계는 나쁘지 않다.(좋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 하다) 다만, 비정기적으로 개별면담을 진행하며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접하며, ‘이런 이야기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창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경영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노조설립’을 지시하거나 종용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노사협의회’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워, 노사협의회를 준비하며 공부했던 내용을 공유한다. 혹시 설치요건에 해당되는 분들은 참고 바란다.
노사협의회 란?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근로조건 결정권이 있는 상시근로자 30인 이상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법정기구다. 단순히 “노사협의회를 구성했습니다.”라고만 신고하고 끝나는 사안이 아니라 운영규정을 만들고, 위원들을 위촉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까다롭다고 느낄 수 도 있다.
노사협의회
노사협의회는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으로 구성되는데, 당연히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받으며 근로하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사용자와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들은 그 숫자가 동일해야하고, 각각 3인 이상 10명 이하로 한다.
실무에서는 노사협의회 설치 공고를 내고, 설치준비위원회를 구성한다. 설치준비위원회의 구성 숫자에는 제한이 없으며, 가급적이면 빠르게 노사협의회를 구성하고 출범할 수 있는 숫자면 된다. 이후 사용자 대표 위원을 위촉하고, 근로자 대표 위원을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
위촉, 선출된 위원들과 협의회를 갖고 운영규정을 제정한 후 관할 고용노동청에 신고하면 된다.
일단, 설립과 신고가 끝나면 3개월 단위로 정기협의회를 갖고, 사측의 입장을 전달하고 노동자 측의 요청사항에 대해서도 듣는 등 적극적인 소통의 창구로 활용한다.
노사협의회 운영 규정
사실 처음에 어떻게 규정을 만들어야 하나 막막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규정에 대한 예시나 운영 메뉴얼 등이 잘 나와 있다. 혹시나 필요한 분 계실까봐 아래에 공유한다.
운영규정샘플을 다운받은 후 각 사업장의 상황에 맞게 숫자 정도만 변경하면 충분하다.
실제 조직 및 운영사례
인원이 많을수록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겠지만, 사업이라는 것이 마냥 민주적이기만 할 수 는 없기에 ‘결정의 효율’도 중요시하며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내 경우는 사업자 측 대표 3명, 근로자 측 대표 3명 이렇게 총 6명으로 노사협의회를 구성했다.
근로자측 위원의 경우 소속 직원 10인 이상의 추천을 받은 후, 후보등록을 하고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이 과정에 최소 2주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시간을 좀 넉넉히 갖고 준비하는 것이 좋다.
협의회는 3개월 단위로
시대가 변한 만큼, 근로자를 ‘사업파트너’로 받아들여야할 때가 된 것 같다. 사실 작은 회사일수록 책임감있는 직원이 아쉽다. ‘파트너’라고 생각하기 힘든 정도의 책임감을 가진, 그저 회사는 월급을 받기 위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수 도 있다. 그래서 노사협의회의 설치 요건을 ‘상시 근로자 숫자 30명 이상’으로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최소한 30명 정도의 근로자가 근무한다면 그 중에 ‘파트너십’을 가지고 회사를 함께 성장시킬만한 직원도 몇 있을테니까.
생각해보면, 직원 채용의 규모가 아주 작은 회사들은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가 ‘생존’과 ‘성장’일 것이다. 그 단계를 넘어서야 ‘함께한다’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욕 먹더라도 어쩔 수 없다. 한번 망해본 사장의 경험상, 내가 채용에 책임감을 느끼는 것 만큼 회사에 책임감을 느끼는 직원은 없었다. 그러니 작은 회사일수록 회사의 생존과 성장에 우선순위를 둘 수 밖에.
부디, 좋은 취지로 설치된 노사협의회가 발전적인 모습으로 운영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