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오랜만에 ‘법정의무교육’ 영업 전화를 받았다. 먹고 살기 위해서 전화영업을 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이면서까지 영업을 하는 것을 보면, ‘고발해야하나’생각이 들 때도 많다. 이런 영업전화는 대개 “저희는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협회인데, 대표님 사업장이 아직 법정의무교육을 이수하지 않은걸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마침 저희가 다음주에 인근 지역에 점검 나가는 스케쥴이 있어서, 괜찮은 날짜 말씀해주시면 가는 길에 들러서 교육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설명 말미에는 ‘과태료’에 대한 이야기도 꼭 하고.
팩트 체크. 일단, 고용노동부 산하에는 어떠한 안전협회, 안전교육원 같은 것이 없다. 그리고 개별 기업에서 법정의무교육을 이수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신고의무가 없으므로, 고용노동부에서도 딱히 ‘미이수 사업장’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 영업 전화는 그냥 마구잡이로 찔러보는거다. 이런 전화에 혹해서 스케쥴을 잡고 보면 대개의 경우 보험이나 상조 서비스를 홍보하는 식으로 ‘교육’이 진행된다. 사기다.
각설하고, 답답한 마음에 직접 인터넷을 뒤져가며 ‘법정 의무교육’에 대해 정리했다. 이 중 ‘퇴직연금교육’은 퇴직연금에 가입한 사업장에만 해당되는 내용이므로, 상황에 따라 ‘의무교육’이 네 가지 인 곳도 있고, 다섯가지 인 곳도 있을 것이다.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1회 1시간 이상만 하면 되고, 그마저도 자료 배포만으로 교육인정을 받는 사업장이 절대 다수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5조의2에 따라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해야 하지만, 상시 근로자가 50인이 되지 않으면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우리 회사의 상시 고용인원은 40명 선이기 때문에 딱히 한 곳에 모여서 ‘교육입니다’하면서 교육할 필요 없다.)
상시 근로자가 50명 이상일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 구성원들을 대상으로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상시 근로자가 50명이 안되는 사업장의 경우 ‘장애인 고용 의무가 없는 사업주’로 분류되어, 고용노동부장관이 보급한 교육자료 등을 배포,게시 하거나 전자우편을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대체할 수 있다. 즉, 일정 규모 이상이 안되는 사업장에서는 별도로 교육시간을 확보하지 않아도, 자료 배포만으로도 교육을 인정받을 수 있다.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포털 https://edu.kead.or.kr/aisd/main.do
산업안전보건교육
산업안전보건법 제31조에 따라 실시되는 교육인데 가장 까다로운 법정교육이다. 하지만 이 역시 상당히 많은 사업장이 ‘면제대상’이다.
산업안전보건교육은 상시 근로자가 5인 이상이면 무조건 실시하여야 한다. 단, 법에 면제대상으로 정해놓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별표 1에는 ‘법의 일부를 적용하지 않는 사업 또는 사업장 및 적용 제외 법 규정’이라고 해서 산업안전보건교육이 면제되는 사업들에 대해 나열해 놨는데, 상당히 많은 분야의 사업들이 산업안전보건교육 대상에서 면제된다.
만일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사업장이라면, 국가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니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이런 사업장들은 전 임직원 대상으로 매분기별 6시간 이상(사무직,판매업은 3시간 이상)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우리 회사는 2.-바, 사에 해당되는 코드라서 면제대상임.)
직장 내 성희롱예방교육
예외나 면제대상이 거의 없는, 깔끔하게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해야하는‘ 교육이다.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이 대상이며, 연1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 다만, 면제 대상은 자료 배포만으로 교육인정이 된다. 이래에 시행령 제3조4항을 보면 알겠지만, “상시10명 미만의 사업장”, “사업주 및 근로자 모두가 남성 또는 여성 중 어느 한 성으로만 구성된 사업장”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이 이외의 사업장들은 1년에 1회 이상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우리 회사는 빼박이다. 무조건 1년에 1회 이상 실시하고 자료를 남기자.)
개인정보보호교육
교육 안 받았다고 과태료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이 교육을 실시하는 회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과태료가 없는 대신에 개인정보유출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시 최대 5억원 이하의 과장금이 발생하기도 한다.(개인정보유출이 심각하게 발생했을 경우에는 과징금 내기 전에 회사가 문을 닫을 수 도 있음)
개인정보보호법제28조에 의거해서 연 1,2회 공고를 하고 있지만, 전체가 다 모이기 힘든 상황을 고려했을 때 사업주가 지속적으로 개인정보보호에 대해 강조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우리 회사는 다수 고객의 연락처 등 데이터를 다루는 관리부와 영업부에 한해서 개인정보보호교육을 하고 결과자료를 남기는 정도면 될 듯 하다.)
개인정보배움터 https://edu.privacy.go.kr/user/course/infoGuide.do 접속 후 ‘온라인교육(개인수강)’으로 들어가서 ‘사업자 교육과정’을 듣는게 가장 간단하다. 여기 나오는 교육 중 하나만 들어도 된다.
퇴직연금교육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제32조에 의해 실시되는 교육이다. 직장인 퇴직연금 가입자가 없는 사업장은 받을 필요가 없다. 은행에서 이야기하는 DC형, DB형 뭐 이런거 가입한 직원이 1명이라도 있으면 1년에 1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 예외 없음. 다만, 회사 측에서 직접 교육을 준비할 필요는 없고, 회사 측과 퇴직연금계좌를 개설한 은행 측에 교육을 요청하면 된다. 퇴직연금 계좌는 은행 입장에서도 큰 상품에 해당되기 때문에 몇 명 가입되어 있다면 직원이 와서 교육해준다.(우리 회사는 올해 몇 명이 퇴직연금에 가입해서 은행측과 조율 후 교육실시 계획)
‘법정의무교육’에 대한 최신 정리는 이 정도다. 여기서 관공서 측과 접촉이 많은 사람으로서 한마디 보태자면, 우리가 ‘법정의무교육’이라고 부르는 교육과 관련된 정부부처의 부서, 기관은 엄청 바쁘다. 오죽하면 가장 중요한 것처럼 보이는 ‘산업안전보건교육’조차 실적보고 같은 것을 하지 않는다. 그걸 취합하고 정리하는 것도 일이기 때문에.
법정의무교육을 하지마라는게 아니라, 엄청난 부담감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은거다. 사업장에 특별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법정의무교육’ 미이행을 가지고 문제를 삼는 경우는 없으며, 있다하더라도 과태료가 ‘회사 문 닫을 수준’은 아니다. 그러니 부디 ‘법정의무교육’을 해야한다고 오는 영업전화에 걱정과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