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두껍지는 않다. 문장이 어렵게 쓰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왠만한 책들보다 더디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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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현재 교육관련 서적 중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책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에 대한 감상평이다. 이런 감상평에 대해 공감하는 분들이 많으리라 확신한다. 책을 읽는 중간 중간 스스로의 모습, 우리 가족의 모습, 가족을 대하는 나의 모습 등이 떠올라 쉽게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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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두께로만 봤을 때 일주일이면 충분히 읽고도 남을 분량이지만, 3주 가까이 이 책과 씨름한 이유다. 누군가가 이 책을 읽기전에 참고하라고 내용을 정리하기 보다는, 다음번에 내가 또 읽게 된다면 조금은 더 빠르게 몰입할 수 있도록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내용을 정리한다.


“언제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인생은 변화할 수 있으며, 그렇기에 언제나 희망이 있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이 울림이 있었지만, 그 중 가장 큰 울림을 줬던 문장이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교육’의 대전제가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라 생각한다. 그 변화의 시작은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이고, 이를 통해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기에 ‘교육’이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모두 품고 이는 문장이라 울림이 컸다.


프롤로그 & 본문에 앞서

이 책은 인간의 성장과 관련된 네 가지 핵심요소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본문에 앞서’라는 내용은 그것들을 찬찬히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자존감, 의사소통, 규칙, 관계맺기.

생각해보면 이 네가지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지탱하는 주요 요소이며, 가정에서 겪는 사회화 과정에서 학습되고, 체화되는 것들이다.

p16.

가정생활에는 다음 네 가지 요소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자존감 : 자기 자신에 대한 감정과 생각
  • 의사소통 : 서로에게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
  • 규칙 : 어떻게 느끼고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법칙
  • 관계 맺기 : 가족 이외의 사람 및 조직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

문제가 있는 가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발견됐다.

  • 자존감이 낮다.
  • 의사소통이 직접적이지 않고 모호하며, 솔직하지 않다.
  • 가정 내의 규칙이 인간적이지 않으며, 경직되어 있어서 절대 바꿀 수 없다.

반대로, 생기 넘치고 양육적인 가정에서는 다음과 같이 분명히 다른 패턴을 보였다.

  • 자존감이 높다.
  • 직접적이고 명료하며, 구체적이고 솔직한 의사소통이 이뤄진다.
  • 가정 내 규칙이 인간적이며 적절하고,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바꿀 수 있다.
  • 관계 맺기에 적극적이며, 자기 의견을 제시하고 책임을 진다.

모든 가족 안에서 작용하는 힘은 기본적으로 자존감, 의사소통, 규칙, 관계 맺기 네가지로 동일하다. 이 책은 이런 요소들이 당신의 가족 안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발견하도록 돕고, 가족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당신이 택할 수 있는 몇 가지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줄 것이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 네가지 행동요소들은 인간의 정신적 성숙과 관계되는 핵심요소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 네가지 행동요소들을 잘 갖추기 위해 어떤 노력과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궁금할 것이다. 저자는 각각의 행동요소를 묶어 총 4개의 파트로 이 책을 구성하고 있다.


1부. ‘자존감, 내가 단단해야 가족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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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정도의 기간 동안 이전에 비해 부쩍 대중들 사이에 사용빈도가 높아진 단어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자존감’이라 말할 것이다. 40대 이상의 성인이라면 생각해보라. 일상에서, 대중적으로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그 이전 시대에 얼마나 사용했던가? 80년대 이전, 90년대, 2000년대에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요즘처럼 흔하게 사용했었나? 이 단어 대신 ‘자존심’이라는 단어를 훨씬 더 높은 빈도로 사용했을 것이다. ‘자존감’이라는 단어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속히 ‘대중화’된 단어임에 틀림없다. 이 단어가 이토록 빠른 속도로 대중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필요하고’ ‘부족함을 알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낮아서 생기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을테고, 그 문제의 해결책은 자존감을 높이는 것과 관련된 것들일테니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인간의 자존감이 형성되고 발전하는 곳은? 당연히 인간이라는 존재가 처음 사회화 과정을 겪는 ‘가정’일 것이다. 이 책의 첫번째 파트는 이런 ‘자존감’형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p31.

양육적인 가정의 부모는 인생에는 으레 문제가 따른다는 사실을 이해하기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선다. 반면 문제있는 가정의 부모는 애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데 헛되이 에너지를 낭비하다가, 정작 문제가 발생하면(당연히 문제는 발생한다) 위기를 해결하는 데 쓸 기운조차 남아 있지 않은 지경이 된다.

깔끔하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인간을 둘러싼 환경의 ‘기본값’이기 때문이다.

p32.

아무리 문제가 많은 가정이라도 양육적인 가정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문제 있는 가정을 만든 원인은 대부분 출생 후 학습된 것들이다. 배운 것이기 때문에 잊을 수 있으며, 그 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다. 그럴 때는 다음 네 가지가 핵심이다.

  • 우리 가족이 때로 문제 있는 가족임을 인정한다.
  • 자신의 지난 실수를 용서하고 달라진 상황에 맞춰 자신에게 변화할 기회를 준다.
  • 상황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먹는다.
  • 변화를 시작할 행동을 취한다.

p39.

아이의 자존감은 전적으로 가족의 영향을 받는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는 과거가 없고, 스스로 무언가를 해본 경험도 없으며, 자신의 가치를 견주어볼 어떤 기준도 없다. 따라서 아기는 사람들과의 경험과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에 의존해 인간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판단해야만 한다. 처음 5~6년 동안 아이의 자존감은 거의 독점적으로 가족에 의해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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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1.

다행스러운 점은 나이나 상황과 관계없이 누구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낮은 자존감은 학습된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배운 것은 잊을 수 있으며 새로운 것으로 그 자리를 채울 수도 있다…(중략)…’언제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인생은 변화할 수 있으며, 그렇기에 언제나 희망이 있다’는 사실 말이다….(중략)…모든 건 각자의 방식을 얼마나 고집하느냐에 달렸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변화할 수 있다고 믿고 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p53.

유아는 별도의 도움이 없으면 사건과 정황, 자신과 사건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아이가 무슨 일인지 알 수 있도록 명백하게 말로 설명해주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 ‘1부’라고 생각한다. ‘자존감’은 ‘나’를 이루는 근간이 되며, 그것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하는지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존감’과 관련된 내용을 다 읽었다면 잠시 책읽기를 멈추고, 머릿속으로 흐름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을 권한다.

저자는 누구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 대상이 ‘유아’일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누구나 그럴 수 있음’에 초점을 맞추고 성장의 기회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어린 아이의 잘못이나 실수를 과하게 혼내는 어른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그 실수가 ‘첫 번째 문제’일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일으킨 것’ 자체에 포커스를 맞춰 꾸지람을 듣는 것이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당연히 아이의 자존감은 부정적으로 형성될 수 밖에 없다. 야단치기에 앞서, ‘누구나 실수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변화할 수 있다는 것 역시 가르치는 것’이 가정교육의 시작이다.

이 책의 전체 내용이 너무 길고, 지루해서 읽기가 부담스럽다 싶은 분이라도 부디 ‘1부’만큼은 여유를 가지고 읽어보길 권한다. 꼭 ‘자녀’가 있는 가정에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며, 둘 이상의 사람이 가정을 만들어가고 있다면 분명 도움이 되는 내용일 것이다.


2부. 소통하기, 장벽없이 자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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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는 ‘의사소통’에 대해 다루고 있다. 타인과 관계맺음을 위해서는 언어적이든, 비언어적이든 의사소통이 필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엉망’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으며, 그보다 심각한 사실은 스스로의 의사소통이 형편없음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2부의 첫 부분에서는 의사소통을 연습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어 있는데, 꼭 하나 하나 시간내서 연습할 필요까지 있을까 싶기도 했다. 오히려 그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내용이 더 핵심이 아닐까 생각된다.

p82.

서로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며, 그걸 바꿀 만한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 경험은 미래에 대한 기준점이 된다. 어린아이들이 있다면 항상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을 대하도록 노력하라.

‘눈높이를 맞추는 것’. 모든 의사소통의 핵심이 아닐까. 상대방이 어른이든, 아이든, 나보다 아는 것이 많든 적든,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제대로된 의사소통의 핵심이다. 물리적인 눈높이 뿐만 아니라 표현이나 심리적인 눈높이까지.

p93.

내가 만나본 문제 있는 가족들은 이중 메시지를 내보내는 경우가 잦았다. 말하는 사람이 다음과 같은 상황일 때 이중 메시지가 전달된다.

  • 자존감이 낮고 그렇게 느낀다는 사실 때문에 움츠러들 때
  •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할까 봐 두려울 때
  • 상대방이 복수할까 봐 걱정될 때
  • 관계를 망칠까 봐 두려울 때
  • 상대방이 신경쓰게 하고 싶지 않을 때
  • 자신만 의식하고 상대방이나 상호작용 자체에 관심이 없을 때

중간에 잘못된 4가지 형태의 의소소통 유형을 소개하고, 그것을 역할극을 통해 체험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번역의 문제일 수 도 있고, 한국적 정서와 맞지 않을 수도 있으며, 그것도 아니라면 내 경험과 적극성의 부족일 수 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부분의 ‘핵심’은 ‘수평형 의사소통’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p101.

수평형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의도치 않은 어떤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즉시 사과한다. 존재에 대해서가 아니라 행동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비판과 평가도 사람 자체가 아니라 행동을 대상으로 하기에 수평적인 방법으로 이뤄진다.

‘2부’의 마지막 부분은 ‘가족규칙’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가족마다 다양한 가족규칙이 있겠지만, 사티어 박사 ‘발언과 관련한 제한 규칙이 있는가?’, ‘분노를 표현할 수 있는가?’, ‘성적인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해서 규칙을 정비할 것을 권한다. 생각해보면, ‘규칙’이라는 것 자체가 가족 구성원 중 가장 큰 힘을 지닌 ‘아빠’ 또는 ‘엄마’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일 뿐, 가족구성원 모두가 협의를 거친 것은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족규칙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생각하는 기회가 생긴다면, 그렇게 정비된 가족규칙을 실천으로 옮길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 같다. 이 부분은 한번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나와 아이들의 성장 과정 중간 중간에 규칙을 수정하는 경험을 여러 차례 갖는 것이 좋을 듯 하다.

p. 122.

가족들이 이야기하는 모든 규칙을 종이에 적고 그에 대한 오해를 해소했다면, 다음 단계를 진행한다.

가족의 규칙 목록에 대해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눠봄으로써 오해와 문제행동의 원인을 찾게 되기도 한다.


3부. 기반 다지기, 멀리 보고 세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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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구성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먼저 ‘부부’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가족구성의 가장 기본이 되는 관계가 부부이기에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한 후,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 다룬다. 이 부분에서 ‘약간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녀에게 맞춰져 있는 오늘날 한국사회 가정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의 9장은 딱히 자녀양육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더라도, ‘부부’또는 ‘예비부부’가 꼭 읽었으면 하는 내용이다. 너무 좋은 문장들로 넘쳐나지만, 그 중 특히 마음에 드는 내용들을 옮겨본다.

p141.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부모는 자녀의 로맨스와 성적 자아의 설계자다. 친숙함은 굉장한 힘을 발휘한다. 우리가 매일 관찰하고 경험하는 것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대부분 사람은 바로 그 영향력 때문에 다소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낯선 것보다는 친숙한 것을 선택한다.

p150

현명한 부부는 일찌감치 서로의 차이점을 인식하고 받아들이고자 노력한다. 그럼으로써 자존감을 높이고,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를 가지며,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하기 위해 자극을 받아들인다.

이 책의 1장이 ‘나’에 대한 내용이라면, 2장은 ‘타인과 관계맺음’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3부는 그런 타인들 중에 특히 내 인생에 의미가 있는 ‘가족’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읽는이의 상황에 따라 내용에 호불호가 나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1장 못지않게 3장 역시 꼼꼼하게 읽고 또 읽을 정도로 좋았다.

‘부부’사이의 관계정립에 대한 내용에 이어서 ‘자녀와의 관계’, ‘양육자의 태도’등에 대한 내용이 등장하는데, 버릴 내용이 하나도 없다. 한 단락을 읽고 스스로의 모습을 돌이켜보고, 또 한 단락을 읽고 돌이켜보고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지양 해야하는 양육자의 모습’ 중에 혹여 내가 했던 실수들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p159.

자랄 때 충족되지 못한 욕구가 있는 성인들은 종종 자녀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부모가 전가한 만족감을 자녀들이 고맙게 받아들이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과거에 해소되지 못하고 현재까지 남아 있는 부모의 욕구는 비이성적인 육아의 요인이 되곤 한다.

p162.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도자이자 안내자 같은 리더 유형이 있다. 나는 부모들에게 위임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권력을 부정적으로 휘두르는 대신 현실을 기반으로 사랑이 깃든 조언을 하며, 자녀를 믿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이해심 많은 부모가 되라는 뜻이다.

둘째 아이가 20개월을 넘어서며 점차 떼쓰는 일이 많아졌다. 아이를 키워본 분들 사이에서 ‘안아주세요 병’이라고 부르는 시기가 온 것인데, 엄마 아빠의 컨디션에 따라 안아주기도 하고, 걷게 하기도 한다. 문제는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어쩔 땐 울다 지쳐 잠들었다가 다시 깨어나서 울기도 한다.)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공부했고, 첫째 아이도 무난하게 잘 키웠지만, 본디 교육이라는 것이 저마다의 특성이 있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에 여전히 어렵고, 답을 찾기 위해 이런 저런 노력들을 한다.

사티어 박사의 조언에 눈과 귀를 기울이는 것 역시 이런 노력의 한 방법이다.

p170.

나는 모든 아이를 눈높이에서 접촉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려면 보통은 내가 무릎을 꿇고 앉거나 아이가 무언가를 밟고 올라서게 해서 키를 맞춰야 한다. 첫인상은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에, 나는 유아가 어른을 청므 볼 때 마치 거인을 만난 것처럼 엄청난 권한과 힘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이것은 큰 위안과 든든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이의 작은 체구와 무력함을 생각하면 엄청난 위협으로 느껴질 수 도 있다.

p180.

일단, 고유성은 자존감의 핵심 단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부부는 동일성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끌리고 차이점을 토대로 성장한다.

얼마전 아내와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학창시절 아내가 서운했던 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가정 형편상 서울에 있는 사립대학에 보낼 수 없다는 것을 여러번 반복적으로 부모님에게서 들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장인어른, 장모님 두 분 모두 기억하지 못하시지만, 정말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였다고 한다.

만일 나 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목표가, 꿈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거야. 그런데, 현재 상황으로는 매년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보이는구나. 그래도 좋은 도전이고 기회이니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 장학금도 있을테고, 아르바이트나, 근로장학생제도 같은 것도 있을거야. 아빠 엄마랑 같이 어떻게하면 니 꿈을 이룰 수 있을지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

아내가 이런 조언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p190.

나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앉아서 각자의 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라고 자주 권한다. 이것은 자녀들에게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때 “네 꿈이 왜 현실적이지 못한지 이야기해줄게”라는 말보다는 “네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어떻게 노력할 수 있을까?”라는 말이 훨씬 도움이 된다. 그리고 실제로 정말 흥미로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4부. 관계맺기, 유연하고 조화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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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4부는 자녀의 성장기와 부부의 노년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큰 아이가 아직 7살 밖에 안됐기 때문에 ‘앞으로 이럴 것이다’라는 가정을 하고 내용을 접할 수 밖에 없었다. 다만, 그간 수 많은 학생들의 학습지도를 하며 간접적으로 경험한 청소년기 자녀의 모습, 자녀의 성인기를 맞이한 부모세대의 모습과 유사한 부분이 많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p223.

사춘가 자녀는 심리적으로 급격한 기분 변화를 겪고, 얼핏 보기에 불합리한 사고를 하며, 이따금 기이한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평소 안쓰던 어휘를 사용하거나 형편없는 성적표를 들고 오기도 한다. 사춘기 자녀가 자신의 힘, 자주성, 의조성과 독림성을 시험해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중략)…10대 자녀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는 부모들이 많다. “절대 가만히 앉아 있는 법이 없어요. 항상 뭔가를 해야 직성이 풀리죠.” 이것은 정상적인 과정이다. 현명한 부모는 이런 부산스러움을 받아들이고, 폭우가 지나갈 동안 평화롭게 살아갈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조만간 활짝 피어날 꽃망울에 거름이 되도록 정성스럽게 새로운 환경을 꾸민다….(중략)…나는 부모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한다. “불법이거나 부도덕하거나 살찌는 일이 아니라면 뭐든지 격려해주십시오.”인간은 곁에서 도와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을 때 더 좋은 성과를 낸다.

불법적이거나, 부도덕하거나 살찌는 일이 아니라면 뭐든지 격려…..공감한다.

p228.

많은 성인이 남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기술과 기법을 마스터하지 못했다. 그래서 조화를 이루고 싶어 할 때도 남을 통제하려 드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나는 부모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솔직하게 이정하거나, 자녀가 느끼는 고통 또는 부정적인 감정에 공감해줄 때마다 자녀의 눈에서 부모에 대한 신뢰를 읽을 수 있었다.

p231.

부모가 10대 자녀에게 존경받는 확실한 방법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정말로 지킬 뜻이 없다면 약속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규칙도 마찬가지다. 자녀가 당신을 좋아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 규칙을 기분 따라 바꾼다면, 자녀는 결국 당신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며 당신은 자녀를 원망하게 될 것이다.


당초, 2024년 4월에 읽을 책 3권 중에 한 권으로 이 책을 선택했었다. 하지만, 이 책 한권을 읽는데만 2주 이상이 걸릴 정도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담겨있는 내용의 무게가 상당하다.

책을 읽고 좋았던 점은, 내 스스로가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어른의 입장과 시각이 아니라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23개월 된 둘째 아이와 이야기할 때는 항상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추는 것과 같은 작은 실천에서부터.

오은영 선생님이 출연는 육아관련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가 여전하다. 다만, 그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사례들은 특수한 사례이며, 문제행동의 교정에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은 부모의 생각과 태도, 가치관을 바로 세우는 것 부터다.

머리를 식힐 생각으로, ‘예능 프로그램’이라 생각하고 보는 것은 말리지 않는다. 하지만, 나에게 필요한, 우리 아이를 더 잘 양육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이라면 부부가 함께 이 책을 읽고 책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훨씬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스스로의 행동과 태도가 이 책의 내용에 크게 벗어남이 없다고 생각될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야 할 책이고,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하며 포스팅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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