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런 글을 쓸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확히 16년전. 그러니까 이제 막 사립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하던 시절.

작성한 공문서를 놓고 교감선생님께 하나 하나 수정 지시를 받으며, ‘굳이 왜 이런 형식들을 지켜야 하지?’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문서 작성에 규칙을 지키는 것이 ‘탁상공론’이고 ‘고리타분한 생각’이라고만 느꼈다. 시간이 흐른 뒤 생각해보니, 그것은 탁상공론이나 고리타분한 생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회경험이 부족한 ‘초보’의 자기방어일 뿐이다.

이후 5년간의 교직생활, 창업 이후의 삶, 또 다시 조직의 일원으로 생활하며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고, 그러한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배우게 된 것이 있다면, ‘오래도록 유지되는 규칙, 규정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오늘 이야기할 공문서 작성의 형식이 딱 그러하다.

혹시나, 과거의 나처럼 공문서 작성의 형식을 따르는 것이 불필요한 업무라고 생각된다면 아래의 글을 읽고, 잠깐 생각해보길 바란다. 혹시나 지금 내 머릿속 생각이 귀찮고 하기 싫은 것을 방어하기 위한 방어기재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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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효율성 증대

‘표준화’라는게 정말 무섭다. 처음 공문서를 접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형식과 표현들이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정해진 형식과 표현에 따라 작성하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규칙에 따라 작성하게 되면 작성자는 불필요한 고민을 덜게되고, 검토자는 문서의 구조와 내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문서 작성 및 검토 과정에서 시간을 절약하게 하며, 오류 발생 가능성을 줄여준다.

가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형태로 공문서를 작성해서 보내는 기관을 보게 된다. 어떤 의도가 있어서 그렇게 작성한 것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필요한 정보를 다 담지 못했다. 공문서를 받아보는 입장에서는 어떤 기관의 누가 기안한 것인지, 기관의 연락처나 담당자의 연락처는 무엇인지, 언제부터 실행에 옮겨야 하는지 등이 궁금할 수 도 있다. 딱딱하다고만 생각했던 공문서의 형식에는 이러한 것들이 다 들어가 있다. 때문에 받는 입장에서는 불필요하게 문의를 하지 않아도 되고, 보내는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문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결국 양쪽 모두 문서작성과 검토 과정에 시간을 절약하게 된다. 효율적인 문서 작성은 업무 처리 속도를 높여주고, 이를 통해 조직 전체의 생산생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문서 작성의 규칙을 따르는 것은 단순한 형식적 요구가 아닌,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중요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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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명확한 의사소통

‘그래서, 뭘 어떻게 하라는거야?’

가끔씩 공문서를 보낸 목적이나, 향후 어떤 내용을 회신해야할지가 불분명한 공문서를 접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당연히 공문 하단에 있는 담당자 연락처를 통해 직접 전화를 해서, 어떤 내용을 회신해야될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형식이 엉망인 경우는, 그 공문서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을 놓치고 읽는 경우도 간혹 있다. 항목 사이에 상하관계를 잘못 표기한 경우나 본인만 알 수 있게 상하관계를 나눈 경우에는 공문 내용의 흐름을 파악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보내는 사람의 의도를 받는 사람이 명확하게 이해하고 이후 행동을 하는 것. 이게 명확한 의사소통이다.

공문서가 명확한 형식으로 작성되면 수신자는 내용을 빠르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다. 이는 조직 내외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데도 기여한다. 업무 내용을 명확히 하기 위해 공문서를 작성해 기록으로 남기는 것인데, 이 내용을 파악하는 단계부터 버벅거리면 당연히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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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문성 확보.

이 부분은 대외발송하는 공문서의 경우에 해당된다. 업무를 하다보면 FAX로 들어오는 문서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추진중인 업무의 관련자로부터 팩스가 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영업목적의 문서들이다. 이때, 형식과 표현을 정리해서 보낸 문서의 경우 그 문서를 보낸 곳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 생각해보라. 똑같이 사무용품을 판매하는 업체에서 홍보성 글을 보내는데, 한 곳은 공문서 형태로 필요한 정보들을 정돈해서 보기 좋게 보냈고, 또 다른 곳은 항목의 줄맞춤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글씨크기나 간격도 제각각이다. 어느 업체가 더 신뢰가 가고, 전문성 있게 느껴질까.

어찌보면 공문서 작성의 규칙을 따라야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 하다. 타인, 타기관으로 하여금 신뢰성을 확보해 전문성 있게 보여지는 것. 우리 회사, 기관이 외부로 보내는 공문서가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형식으로 작성되어 있다면, 외부 기관이나 파트너는 우리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가지게 된다. 이는 향후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정갈한 형식과 표현으로 정돈된 공문서를 받았을 때와 그렇지 않은 공문서를 받았을 때의 기분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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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형식을 지키기 위해 공문서를 작성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왕 쓰는 공문서라면 형식과 표현을 지켜가며 쓰는게 좋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어차피 해야하는 일이라면 제.대.로. 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 그리고 공문서를 작성하는데 지켜야할 규칙, 형식, 표현 등은 마음먹고 공부하면 1시간 남짓이면 모두 살필 수 있다. 기본을 갖춘 상태에서, 모르는 것이 생기면 그때 그때 자료를 찾아보며 적용하면 된다. 부디, 공문서 작성에 형식과 표현을 지켜야 된다는 생각이 ‘꼰대 마인드’로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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